[기고] '기업가 정신' 채워야 할 창조경제

입력 2015-09-03 18:14  

"저성장 늪에서 허덕이는 세계경제
수출까지 급감, 위기의 한국 경제
도전하는 벤처생태계 육성해야"

배상근 <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



처음부터 스마트폰이란 제품이 있던 건 아니다. 접이식 등 휴대전화기를 대체해 스마트폰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은 것은 애플, 삼성 등 세계적인 업체가 스마트폰을 만들고 나서부터였다. 스마트폰은 기업이 새로운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대표적 사례다.

생산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기업은 수요가 많은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설비투자를 하고 사람을 고용한다. 하지만 이건 경기가 좋고 수요가 늘어날 때 얘기다. 최근 한국을 포함해 세계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연평균 세계 경제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3~2007년 3.7%였지만, 위기 이후인 2009~2014년에는 2.9%로 크게 낮아졌다. 세계의 공장이자 시장이라는 중국 역시 10%가 넘던 성장률이 7% 밑으로 떨어졌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 위안화 절하가 신흥국과 자원수출국의 통화가치 폭락으로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 9월 위기설’까지 나돌고 있다.

저성장에 돌파구가 있을까. 기존 수요가 없다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면 되는 것 아닌가. ‘창조경제’의 의미가 바로 이런 데 있다. 기존의 익숙한 제품에 대한 대량생산 체제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내는 것, 이게 창조경제다.

작은 기업이 창조경제의 과실을 따낸 대표적 사례로 미국의 페이스북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2003년 가을, 하버드대에 다니던 컴퓨터 천재 마크 저커버그에게 한 친구가 하버드 선남선녀들만 교류할 수 있는 ‘하버드 커넥션 사이트’의 제작을 의뢰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저커버그는 인맥 교류 사이트인 페이스북을 개발했다. 이처럼 일상에서의 사소한 필요와 아이디어에 기초한, 세상을 사로잡을 작은(?) 제품이 우리 경제에도 필요하다. 저성장 시대,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런 창조경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창조경제로 가는 길목에는 큰 장애물이 있다. 바로 기업가 정신이 약해지는 사회 분위기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경제성장에 중요한 것이 무언지를 묻는 질문에 ‘기업가 정신이 중요하다’는 응답이 42%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선호하는 직업으로는 공무원이 43.5%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자영업과 창업을 선호하는 응답자는 10% 정도 수준으로 낮았다.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생활의 안정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의미다.

주변을 둘러봐도 많은 젊은이가 공무원이나 대기업 시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중국 창업시장엔 젊은 인재가 넘쳐나고 있다고 한다. 두 나라 젊은이의 의식을 그림으로 표현하자면 중국은 야생마가 뛰어노는 듯한 역동적인 그림인 데 비해 우리는 정물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손정의나 중국의 마윈처럼 신흥재벌 역시 국내에선 언젠가부터 등장하질 않는다.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가정과 사회의 분위기 때문은 아닐까.

실패를 용인하고 도전하는 역동적인 사회로 분위기를 반전해 새로운 기술 창조의 실마리를 풀어내야 한다. 대기업과 함께 중소·벤처기업이 혁신기술 개발에 힘을 모으고, 창의적인 청년들이 벤처 생태계에 넘치도록 해야 한다.

한국은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다. 지난해 수출입액이 국민총소득(GNI)의 99.5%에 이를 정도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의 입장에선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대의 먹거리 발굴은 생존이 달린 문제다. 한국 경제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혁신 아이디어의 상품화로 새로운 세계 수요 창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앞으로 10년, 20년이 흘러 우리의 창조경제가 어떤 모습일지 자못 궁금하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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